(TTS) 마지막 버스가 지나간 자리

버스가 끊긴 밤, 두 사람은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이야기를 시작했다.

소설 · 2026.09.26

(TTS) 마지막 버스가 지나간 자리

버스가 끊긴 밤, 두 사람은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이야기를 시작했다.

(TTS) 마지막 버스가 지나간 자리 일러스트

정류장 전광판에는 더 이상 도착 예정 시간이 뜨지 않았다. 붉은 글씨가 있던 자리에는 꺼진 화면의 검은빛만 남아 있었다. 지우는 배터리가 7퍼센트 남은 휴대폰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전원을 껐다. 불을 켜 두어도 달라질 것이 없었다. 받아야 할 연락도, 보내야 할 연락도 이제는 없었다. 밤 열한 시 사십 분, 도시는 막 문을 닫은 가게처럼 조용했다.

벤치 반대편 끝에 한 여자가 앉아 있었다. 무릎 위에 종이 상자를 올려놓은 채였다. 상자 옆면에는 회사 로고가 인쇄되어 있었고, 그 위로 선인장 화분의 가시 하나가 삐죽 나와 있었다. 지우는 그것이 무엇인지 묻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. 사무실 책상 위의 물건들을 쓸어 담은 상자였다.

“마지막 버스, 방금 갔어요.”

여자가 앞을 본 채로 말했다. 지우를 향한 말인지 허공을 향한 말인지 알 수 없었다. 지우는 반 박자 늦게 고개를 돌렸다.

“아, 네. 그런 것 같더라고요.”

“저는 십 분 전부터 알았어요. 그런데 일어나기가 싫어서.”

여자가 웃었다. 웃음이라기에는 숨이 조금 빠져나가는 소리에 가까웠다. 지우도 따라 웃을 뻔했지만 입꼬리가 올라가다 말았다. 둘 사이에 벤치 두 칸만큼의 거리가 있었다. 낯선 사람과 나누기에 적당한 거리였다.

“걸어가면 어디까지 가야 해요?”

“저는 사십 분쯤요. 강 건너.”

“저는 이십 분쯤인데.”

그 말이 끝나자 정적이 내려앉았다. 이십 분이면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인데도 지우는 일어나지 못했다. 집에 가면 불을 켜야 하고, 불을 켜면 오늘이 끝나 버릴 것 같았다. 어쩌면 오늘 같은 날은 끝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.

“같은 방향이면 같이 걸을래요?”

먼저 일어난 쪽은 여자였다. 상자를 한 팔로 고쳐 안으며 말했다. 부탁이라기보다는 그냥 제안이었다. 지우는 잠시 망설이다가 일어났다.…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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